[TRPG, D20 Modern]코드네임 딩고-리플레이 zuowen

용병이란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답은 간단하다. 돈을 받고 싸우는 무력집단이 용병의 정의다. 전투의 전문가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만화나 소설 같은 미디어에서는 굉장히 멋지게 묘사된다. 용병의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용병이라는 말 대신 PMC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 전투의 전문가라고 하면 듣기에는 멋지지만, 실상은 돈 받고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민간 군사 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군에서 복무할 당시에 블랙워터Blackwater, Xe, 아카데미Academi 같은 유명한 PMC들이 친 사고 사례를 보면서 결국 용병은 용병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의 용병은 톨킨의 소설에서 기원한 파사의 은의 이름을 딴 대테러 용병단이나, 국경 없는 의사회와 비슷한 이름의 어떤 군사집단과도 달랐다.

“너는 왜 PMC에 들어왔냐?”

조수석에 앉아 있던 알렉스 정이 그렇게 물어봤다. 알렉스는 맥심을 보기 위해 켠 플레시라이트의 빛이 새지 않도록 외투를 뒤집어쓰고 있어서인지 목소리가 다소 탁하게 들렸다. 질문을 받고 나서 운전석의 카시트를 뒤로 젖히며 몸을 쭉 폈다. 강도 높은 훈련의 후유증으로 날씨가 조금만 쌀쌀해도 무릎이 쑤셨고 장기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어서 몸과 머리가 굳어 있었고, 몸과 머리를 이완시키며 질문에 대답할 말을 정리했다.

지금 근무 중인 회사는 신생 PMC인 세컨드 찬스Second Chance였다. 얄궂게도 블랙워터가 된 물개들처럼 나도 혐오하던 PMC가 되었다. 총질하는 게 지겨워져서 제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범한 일을 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인지 다시 총을 쥐게 되었다. 이런 성격은 내가 군대에 지원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군대 생활로 생활 습관이나 성품이 바뀌었지만, 군에 지원하기 전에는 동네에서는 이름난 폭주족이었다. 당시에는 카레이서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거리를 질주하며 사고를 치고 다녔다. 결국, 폭주족 생활을 청산하게 된 것은 이 망나니짓의 결과였다. 큰 사고를 치고 급하게 돈이 필요했지만,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평범한 일을 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지원한 곳이 육군의 특수전사령부였다. 나는 이런저런 개인사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이 왠지 낯 뜨거워서 무난한 대답을 골랐다.

“돈 때문이죠 뭐.”

“흐응~”

알렉스는 재미없다는 듯 심드렁하게 맞장구치며 맥심을 읽는데 열중했다. 대화가 끊긴 차 안은 조용했다. 수면 중인 나머지 팀원들의 호흡소리와 맥심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이었다.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취한 가벼운 휴식을 끝내고 다시 간단하면서도 지겨운 감시 작업을 재개했다. 군에서 배운 것 가운데 하나가 작전을 성립시키는 것은 이런 단순하고 지겨운 작업의 반복이라는 점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특수부대의 작전을 정밀수술에 비유한다. 특수부대의 작전은 일견 화려해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단순하고 지루한 작업들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쌓아 만들어지는 것이다. 작전에 따라서는 총 한번 쏘지 않고 끝날 수도 있다.

맥심의 페이지를 넘긴다는 단순한 작업을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반복하던 알렉스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알렉스의 단순한 작업이 드디어 결실을 보았는지 외투 밖으로 새 나오던 빛이 사라졌다. 덮어 썼던 외투를 바로 입으며, 표지에 칼을 들고 검은 양복을 입은 만화가 사진이 실린 책을 대시보드에 적당히 던져 놨다. 알렉스는 휴대폰을 조작해 아직 교대시간이 멀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차 문을 열고 나갔다.

“편의점에 갔다 올게.”

“아, 그러면 먹을 거나 좀 사와요.”

마침 출출하기도 해서 편의점에 간다는 알렉스에게 요깃거리를 부탁했다. 어차피 알렉스는 계속 놀고 있었으니 이 정도 부탁은 해도 되겠다 싶었다. 알렉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 해야 하는 단순 작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군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은 지루한 단순작업의 중요성만은 아니었다. 테러 방지 공조의 일환으로 해외 파병 경험이 몇 번 있었다. 그리고 그때 봤던 소년병의 존재는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내가 어쭙잖은 애국심으로 자존심을 세우고 일제 강점기 당시의 독립군이 된 기분으로 경찰들과 싸우던 나이에 그 소년들은 AK47을 들고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 소년병들의 모습은 내가 가진 자존심의 근원이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줬다. 어쨌든 이것을 계기로 자신을 군인으로 자각하고 나름대로 군인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지금은 군 시절엔 경멸하던 PMC가 되었고, 폭주족이던 내가 이제는 치안을 지키는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세상일은 참 알 수가 없다.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건물을 주시하고 있을 때 편의점에 갔던 알렉스가 돌아왔다. 잠복근무에는 단팥빵이라며 요깃거리로 단팥빵 몇 개와 우유를 사왔고, 그 외의 잡화로는 건전지와 뉴타입이라는 잡지를 사왔다. 맥심을 보느라 소모된 건전지를 새 건전지로 교체하고 이번에는 외투를 뒤집어쓰고, 뉴타입을 대상으로 단순한 작업을 시작했다. 아까와 같은 정적이 다시 흘렀다.

“알렉스 씨는 왜 PMC가 되셨습니까?”

알렉스가 던졌던 질문을 이번엔 내가 던졌다. 이 스타렉스 안에 있는 팀은 급조된 팀이다. 물론 나름대로 실력이 있으니 PMC가 되었겠지만, 같이 훈련을 받지도 않았고 생사를 함께하지도 않았다. 아직은 서로 협력은 할 수는 있어도 목숨까지 맡길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 그러므로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고, 이런 시시콜콜한 잡담이 서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믿었다.

“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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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hould not be afraid of their goverments, goverments should be afraid of their people. 국민이 그들의 정부를 두려워해서는 안돼, 정부가 그들의 국민을 두려워 해야지. 영화 '브이 포 벤테타(V for Vendetta)' 중 브이의 대사 외부 블로그 링크 약간의 배려는 해주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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