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로봇물은 SF인가? si

서론

최근에 종종 방문하는 루리웹의 프라모델 커뮤니티에서 SF에 관한 이야기가 올라왔었습니다. 주제에 맞지 않아 삭제된 것인지 검색을 잘 못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찾을 수 없더군요. 그 글을 보고 SF와 거대로봇물에 대한 썰을 풀어볼까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거대로봇물과 SF는 비슷해 보이면서도 여러 가지로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에 로봇이 등장하면 상당히 미래적인 이미지가 부여되고, 그래서 과학기술에 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는 SF라고 보기 쉽습니다. 사실 저도 이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특별한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SF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거대로봇은 SF와 구분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거대로봇물과 SF의 특징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고, 거대로봇물과 SF가 어떻게 다른지를 논해 볼까 합니다.



1. 거대로봇물

일본에는 건담 시리즈를 필두로 하여 인간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 이상 거대한, 말 그대로 거대로봇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하나의 장르를 이루고 있습니다. 거대한 로봇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기존의 영미 SF에도 종종 있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르로서 거대로봇이 주인공인 최초의 작품은 '철인 28호'입니다. 그 후에 마징가 시리즈 같은 작품이 등장하면서 거대로봇물이라는 장르가 확립됩니다.

거대로봇물에도 세부적으로 몇 가지 장르가 나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슈퍼로봇물입니다. 사실 슈퍼로봇이라는 명칭은 마징가 시리즈에서 처음 나오고 간간이 사용되기는 했으나 장르의 명칭으로 사용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후술할, 기동전사 건담을 중심으로 하는 리얼로봇이라는 장르가 대두되면서 새로운 장르인 리얼로봇물과 구분하기 위해 슈퍼로봇물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슈퍼로봇물의 특징이라면 등장하는 주역 로봇이 기존의 병기와 구분되는 특별한 힘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는 점입니다. 슈퍼로봇을 제작하고 운용하는 주체는 주로 천재 과학자를 중심으로 한 민간 집단인 경우도 있고 때로는 외계 기술로 제작되었거나 운용 주체가 정부일지라도 군과는 분리된 지휘체계를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등장하는 주역 로봇들의 생김새와 디자인도 기존의 병기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로봇 하나하나가 고유의 디자인과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갈등의 구조도 기존의 병기로는 대적하지 못하는 괴수나 그와 닮은 로봇을 정의의 로봇이 물리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슈퍼로봇과 구분되는 거대로봇의 하위 장르 중 하나는 리얼로봇물입니다. 리얼로봇물의 시작은 '기동전사 건담'입니다. 기동전사 건담의 상업적인 성공 이후로 리얼로봇 붐이 일어나고, 기동전사 건담을 벤치마킹한 로봇 애니메이션들이 만들어지면서 리얼로봇물이라는 장르로서 굳어집니다. 리얼로봇물은 기존의 로봇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전차와 전투기를 대체하는 군용 무기로서 로봇을 그려냅니다. 그 가운데 주인공이나 라이벌은 프로토타입이나 특별 개수형 같은 특별한 로봇을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에서 주인공인 아무로는 '건담'이라는 로봇을 타고 싸우며 아무로가 속한 연방에는 건담을 다운그레이드하여 양산한 'GM'이 제식 로봇으로서 등장합니다. 반면 연방과 대립하는 지온은 '자쿠'가 제식 로봇이고, 아무로의 라이벌인 샤아는 '샤아 전용 자쿠'를 비롯하여 자신의 전용 컬러링으로 도장된 특별한 로봇을 사용합니다. 사실 리얼로봇물의 '리얼'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이견이 많습니다. 실제로 로봇은 군용 병기로서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으며, 로봇이 군의 주력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리얼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공학적/과학적 오류들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품들이 리얼로봇이라고 불리는 것은 신화를 메타포로 하는 초현실적인 싸움을 그려내는 기존의 로봇물과 다르게 인간과 인간의 갈등이라는 현실적인 테마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 있을 겁니다.

거대로봇물의 두 가지 하위 장르를 살펴봤을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는데, 거대로봇물의 로봇들은 일종의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슈퍼로봇물의 로봇들은 신화 속의 거인을 메타포로 하는 초현실적인 영웅들입니다. 이러한 장르에서 로봇은 병기와 구분되는, 상징성을 가진 캐릭터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로봇들은 각각의 작품을 대표하는 하나의 마스코트 캐릭터로서의 비중을 갖습니다. 이건 리얼로봇물에서도 비슷합니다. 상술한 기동전사 건담의 경우에도 극 중의 주역이었던 건담 뿐만 아니라 후대에 재해석되어 전장의 주역이라고 생각되는 자쿠와 GM도 시리즈의 마스코트로서 인지됩니다. 마크로스 시리즈에선 발키리, 장갑기병 보톰즈에서는 보톰즈 등이 있습니다. 거대로봇물의 이러한 특징은 로봇 애니메이션의 스폰서가 주로 완구회사라는 점에 있을 겁니다. 완구회사가 로봇 완구를 만들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로봇이 개성적이고 매력적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2. SF

SF는 Science Fiction의 약자로 흔히 '공상과학소설' 정도로 번역되는 명칭입니다. 다만 공상과학이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는데, 특히 '공상'이라는 단어가 지적됩니다. 일단 공상이라는 단어 때문에 SF라는 장르에 허황되고 수준 낮은 이야기라는 이미지가 부여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Science Fiction이라는 영어단어를 직역하면 과학 소설 정도의 의미가 되고, Fiction을 폭넓게 해석하면 서사를 가진 창작물을 총칭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도 '공상'이라는 의미의 단어는 들어 있지 않죠. 이게 번역 과정에서 뜬금없이 나타난 것입니다. SF를 장황하게 번역하면 과학(Science)의 비중이 높은 창작물(Fiction)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칭 문제에서 SF라는 장르의 정의에 대해 넘어가면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과학적 사실이나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픽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 상상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고, 어떤 종류의 과학적 상상력이 중심이 되었느냐에 따라 하드SF와 소프트SF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명칭은 하부 장르를 엄밀하게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스타일에 따른 대략적인 분류로 이해해야 합니다.

하드SF는 SF라고 하면 떠올리는, 복잡한 기계가 등장하고 어려운 과학법칙이 나열되는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하되 과학적 지식과 개연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합니다. SF라는 장르가 처음 나타났을 때 대부분의 SF는 하드SF였고, 작중에 복잡한 과학적 개념이 등장하는 만큼 당시 SF를 쓰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박사학위나 그에 준하는 지식을 가진 과학자들이었습니다. SF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과학적 사고와 과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만큼 쓰기 어려운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읽었던 하드SF소설 중 기억에 남는 건 전투요정 유키카제인데, 질릴 만큼 건조한 어투로 과학적 개념과 어려운 전문용어를 나열하는 게 인상 깊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기는 했습니다만….

소프트SF라는 명칭은 하드SF보다 말랑말랑한 느낌이 드는데, 상대적으로 하드SF보다는 가벼운 느낌이 드는 소설이 많습니다.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고 해도 여기에는 어떠한 기술이 있다면, 혹은 어떤 과학적 사건이 있었다면 하는 식으로 그 기술이나 사건의 디테일보다는 그것들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여기에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기술의 발달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데, 미래에 등장할 기술이나 과학적 사건에 의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를 상상하는 식이죠. 과학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적 상상력은 이보다 더 다양해서 불교가 인공지능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가졌을지를 논하는 '레디메이드 보살'이나 기독교의 원죄론을 로봇을 통해 풍자한 '구세주가 된 로봇에 대하여' 같은 꽁트도 있습니다. 문학에서 가장 보편적인 소재인 사랑과 성장통을 SF의 고전적인 테마인 시간이동을 통해 다룬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같은 경우도 있죠.

하드SF나 소프트SF보다 더 대중적인 장르로는 스페이스 오페라가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미래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여기에는 어떠한 과학적인 상상도 없고, 단순히 미래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SF 같은 분위기의 소재를 차용하는 작품들을 말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과학적 요소를 중시하는 대신 신화나 전설 또는 모험담 등에서 모티브를 차용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깐깐한 SF팬덤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SF로 분류하지 않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로는 스타워즈가 있습니다. 그 외에는 워해머나 스타크래프트도 이런 스페이스 오페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SF를 몇 가지 장르로 분류해 봤지만, 이들이 엄밀하게 구분되지는 않습니다. 소프트SF라고 해도 과학적인 사실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으며 하드SF라고 분류되는 작품들도 인문학적인 통찰이 녹아 있기도 합니다. 위에서 하드SF의 예시로 언급한 전투요정 유키카제는 철학의 한 분야인 인식론을 다루고 있고, 엄밀하게 말하면 SF라고 하기 어려운 장르인 스페이스 오페라 가운데서도 하드SF 수준으로 과학 및 공학적인 묘사에 집착하는, 하드SF와 스페이스 오페라의 교집합적인 작품도 있습니다. 이런 작품으로 인상깊은 것은 '미니스커트 우주해적'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해적의 모험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지만, 공학과 물리법칙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묘사가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 장황하게 말했는데, SF라는 장르의 특징을 요약하면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며 여기에는 다양한 의미와 접근 방법이 내포되어 있다.'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로봇 애니메이션과SF

위에서 로봇 애니메이션과 SF의 특징을 논해 봤는데, 이것은 서론에서 밝힌 거대로봇물과 SF의 차이점을 논하기 위해서입니다. 우선 거대로봇물에는 하나의 캐릭터로서 로봇이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것은 거대로봇물이 로봇이 가진 캐릭터성을 중심으로 작품이 구성됨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거대로봇물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건 캐릭터로서의 로봇이고 그 외의 요소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그리고 캐릭터로서 거대로봇을 강조하는 작품들은 로봇이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장르적 클리셰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리얼로봇물중 하나인 코드기어스의 경우에도 강력한 군용 병기로서 나이트메어라는 거대로봇들이 활약하지만 정작 나이트메어라는 병기가 어떤 점에서 기존 병기들보다 강력하고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습니다. 단지 주역 로봇을 화려하게 강조하기 위한 장르적 클리셰를 활용합니다. 심지어는 과학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거대로봇이 등장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용맥과 같은 주술적인 힘을 기반으로 하는 로봇이 나오는 '노부나가 더 풀' 이나 마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골렘과 비슷한 로봇이 등장하는 '베리스터즈 변마사 세실'과 같은 작품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작품들의 존재는 거대로봇물에서 과학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죠.

물론 거대로봇물이라고 해서 모든 거대로봇물이 SF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마징가 시리즈처럼 장르로 확립되기 이전의 거대로봇물들은 SF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마크로스는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라라는 가상의 과학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풀 메탈 패닉'은 '암 슬레이브'에 대해 다양한 공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작가의 군사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작중에 암 슬레이브라는 로봇 병기를 성립시킵니다. 예를 들면 암 슬레이브는 테러와 같은 저강도 분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전차와 같은 기갑이 동원되는 고강도 분쟁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발생하는 로봇 병기의 모순을 작품 내의 하나의 복선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작년에 방영했던 '취성의 가르간티아'는 인류은하동맹에서 병사로 히디어즈와 싸우던 소년 병사 레도가 문명이 한번 문명이 멸망했다 부활한 인류의 모성 지구에 불시착하여 그곳에서 생활하고 적응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로봇인 '머신캘리버'를 비롯한 다양한 설정에 대한 설명은 불명확한 부분이 많습니다만, 이 작품에는 과거에 인류가 지구를 떠났고 또한 그 일부가 지구에 되돌아왔다는 가상의 과학적 사건이 주요 소재로 다뤄집니다. 지구에 남은 인류가 어떠한 환경 속에서 어떤 문명을 이루었고 지구를 떠난 인류는 어떤 문명을 이루었는지, 그리고 이 두 인류가 만났을 때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지에 대한 것은 전적으로 인문학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이죠.


결론

뭐, 연구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서 써 봤습니다. 잘난 척 하며 거대로봇물에 대해 SF에 대해 이것저것 논했지만 사실 거대로봇물도 SF도 즐겨보지 않는다는 건 함정… 일까요….

덧글

  • 피그말리온 2014/04/10 02:45 #

    거대로봇의 기술적 재현을 포기하고 신화적 존재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SF적 성격을 잃어갔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겠군요.
  • J H Lee 2014/04/11 01:40 #

    신화적 상상력이 SF적 상상력을 대체했다기보다는 장르적인 클리셰가 SF적인 상상력을 대체했다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신화적인 분위기의 작품은 오히려 SF적인 성향이 강한 초기 작품들에서 동시에 나타났죠.
  • 베로 2014/04/10 04:31 #

    로봇 아니메의 SF은 장식입니다. 높으신 분들은 그...(영창)
  • J H Lee 2014/04/11 01:43 #

    이 논의를 생산적으로 발전시켜 보면, 거대로봇물을 기존의 SF의 관점으로 볼 때 어느정도까지 분석해야 하느냐에 대한 얘기를 할 수도 있죠.

    엄밀하게 말하면 SF가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게 과학적인 설명으로 포장하지 않는 이상에는 지나치게 폄훼할 필요는 없다는 식의 얘기가 나올수도 있죠.


    뭐, 유희로서 로봇물의 모순을 지적하는 것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만..
  • 코로로 2014/04/10 06:01 #

    여기서 다루는 로봇물의 가장 시초격인 작품은 마징가z라는 작품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 작품에서 로봇이란 말 그대로 "신도 악마도 될수 있는"전능한 힘으로서 첫 등장 했었죠

    그렇기에 로봇물은 sf라기 보단 신화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의 줄기로 봐야 할듯 합니다
  • Mr한 2014/04/10 06:50 #

    거대로봇물은 sf가 맞습니다.Science Fantasy죠.
    ....(...)
  • J H Lee 2014/04/11 01:43 #

    SF를 판타지 팬덤에서는 Space Fantasy 라고 부르기도 하긴 합니다.
  • Mr한 2014/04/11 04:00 #

    그건 어디 사는 이박사인가요......
  • 남가월가 2014/04/10 06:50 #

    로...로봇걸즈....
  • J H Lee 2014/04/11 01:46 #

    모에선은 공평합니다.
  • 풍신 2014/04/10 21:06 #

    사실 SF 장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하게 구분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SF 취급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미 뭐든지 가능하단 느낌이라서...

    SF의 대부라고 하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3원칙도, 사실은 엄청난 판타지고 말이죠. (로봇이 인간을 인식하기 위해선 원칙 이전에 수많은 알고리즘이 필요하고, 인간을 해치는 행위란 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알고리즘이 필요하기 때문에...최소한 양자 컴퓨터 레벨의 소위 아톰급 AI를 갖지 않은 이상 에러투성이가 아닐 수 없는 3원칙인데, 사람들은 뭔가 이 3원칙을 리퍼런스로 해서 불문율처럼 말할 때가...)

    사실 로봇물로 로봇물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로봇 같은 그랑죠(...)나, 용의 심장을 동력으로 하는 에스카플로네나 이런저런 골렘에 가까운 로봇들은 SF라고 하긴 뭣하지만, 패트레이버 같은 경우는 꽤 SF에 가깝거나 SF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달까요.

    그나저나 댓글 중에 마징가의 신도 악마도 드립은 최소한 TV판에선 강함의 표현이며, 조종자에 따라서 여러가지 얼굴을 보여주는 도구란 이야기였고 조종자의 분신 같은 면이 더 강조되었는데, 뜬금 없이 신화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마징가 시리즈에서 초월적이거나 신화적 요소는 갓마징가나, 마징사가(신화라기보단 인간 초월?), Z마징가 전엔 없었다고 보는데...아 오다 코사쿠판 대마신 라가+그렌다이저 정도는 그렇다쳐도...) 애초에, 신화적인 로봇들은, 의외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이데온이나, 에바 이후에 신급(?) 취급 받는게 꽤 생긴 듯...오컬트 적인 면에서 용자 라이딘, 판타지적인 면에서 단바인이 있군요.(그 외에 파괴신 드립치는 제네식 가오가이가라던지, 겟타로보 아크의 미래세계에서 신급 취급 받는 겟타 엠페러 계열이라던지...)
  • J H Lee 2014/04/11 01:07 #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의 3원칙은 기술은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그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설정이죠. 기존에는 과학기술이 인간을 파멸시킬 것이라는 담론이 있었고, 이러한 것이 잘 나타난 것이 '프랑켄슈타인; 모던 프로메테우스'입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과학기술로 인간을 창조한다는 신의 영역에 다다르지만, 그가 만들어낸 괴물은 결국에는 프랑켄슈타인을 파괴시키죠.

    이런 기존의 담론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로봇의 3원칙은 사실 도구가 가져야 할 조건을 로봇에 맞게 어레인지한거죠. '안전해야 하고, 편리해야 하고, 튼튼해야 한다.' 라는 거죠.


    거대로봇을 신화의 거인에 비유한건 거대로봇이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기보다는 거대로봇이 가지는 속성이 신화속의 거인들과 유사하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입니다.

    거인은 자연현상과같은, 당시의 인간들에게는 통제할 없고 그 근원을 모르는 자연현상 등에 인격을 부여하면 서 나타난 것입니다. 물론 문화권에 따라 드래곤인 경우도 있고 짐승인 경우도 있지만, 인간인 경우가 상당히 많죠. 특히 것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티탄신인 크로노스나 중국 신화의 반고,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티아마트 같은 태초신이 유명하죠.

    이것은 당시의 인간들이 크고 강한 것에 대해 경외감을 품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인간형상인 것은 당시의 인간들이 이입하기 쉽도록 자연 현상에 의인화 한 것이죠.

    거대로봇의 크고 강한 존재이면서 이입하기 쉬운 인간의 형상이라는 속성은 신화속의 거인들과 닮았죠.

    거대하고 강력한 존재에 대한 동경이 고대인들에겐 거인으로 나타났고, 현대의 오타쿠들에겐 거대로봇으로 나타닜다고 할까요..
  • 루나루아 2014/04/10 11:26 #

    음.. 사실 SF라는 장르도... 엄밀히 구분하면 그렇지만 또 넓게 보자면 이것저것 다 넣을 수 있는 것이고... 애초에 판타지 라고 부르자면 대부분의 초현실적인(여기서 초현실이란 현재로서는 상상으로만 생각해볼 수 있는 수준의, 혹은 환상의를 다 포함해서...) 내용을 포괄하니까요.

    게다가 '로봇물' 에서의 '로봇' 의 정의 내리기도 사람 따름이 아닐까 하고... 예로 '엔젤릭 레이어' 의 그 소형 로봇...이라고 해야할 것들도 로봇으로 부를 수 있으나 이를 로봇물.. 이라고 부르기는 사람 마음일 것이고, 유명한 건담.. 이야 로봇물이라 칭하기 어렵진 않으나 단순히 로봇이 작중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닌게 현실이고... - 오리진의 경우만 해도 드라마가 일단 중요하죠. - 등의 경우로... 최근 방영 시작한 건전 로봇 다이미다라 의 경우는 이게 로봇물이여 에로물이여....

    여튼... 코에 붙이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가 아닐까...하고...

    덧. 로봇물에 신화 드립이 들어간건 갓마징가(마징사가 계통) 이나 이데온(이경우는 신...이라기보다는...), 그리고 저 합체시리즈의 아쿠에리온...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나머지는 뭐.. 외계기술이나 오파츠 급의 기술을 통한 '현 상황에서 신의 초자연적 파괴력' 의 상징으로서 신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라...
  • J H Lee 2014/04/11 01:51 #

    Science Fiction의 상위 개념으로 사변소설 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것을 영어로 쓰면 Speculative Fiction 이고 약어가 공교롭게도 SF 입니다만...

    사변소설이라는것은 기본적으로 현실에는 없는 초현실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씌여지는 모든 소설을 아우릅니다. SF(과학 소설)뿐만 아니라 호러나 판타지 같은 장르들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본문에서는 어떤 SF가 '어떠한 과학기술이 있다면?'이라는 식의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는데, 판타지의 경우에는 '마법과 드래곤이 있다면?'정도의 가정이 깔릴테고, 호러라면 '귀신이나 괴물이 있다면?'이라는 가정을 깔고 기술되는 작품이죠. 그리고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사변소설로 분류되는 장르들간에 교집합적인, 복합적인 장르의 작품들이 나타납니다.

    루나루아님이 말씀하신 것들은 사변소설이라는 범주 내에서 복합적인 장르가 크로스오버된 작품들이지 초현실적인 요소를 포함한 것들이 모두 SF인 것은 아닙니다. 본문에 언급하고 있는 거대로봇물도 일종의 사변을 바탕으로 한 장르라고 볼 수도 있죠.

    본문에서는 제가 거대로봇물도, SF도 즐기지 않는다고 했는데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사변적인 요소가 있는 창작물들을 포괄적으로 즐기고 있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코로로 2014/04/10 15:05 #

    뭐 한국에 sf가 들어오면서 sf가 무슨 고풍스러운 문학작품의 일종으로 취급되는 모습이 보입니다만, sf의 대부분은 펄프 픽션의 일종으로 출간되던 것들이었으니낀요

    영미에서 펄프픽션의 취급은 실질 양판소의 그것이고
  • J H Lee 2014/04/11 01:39 #

    어떠한 장르든 그 장르에 대해 젠체하며 논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유희라고 생각합니다.

    얼핏 보면 비생산적인 논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러한 헛바람 든 유희들이 결국에는 해당 장르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나아가서는 문화 자체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싸구려 문학이었다고 냉소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싸구려 문화도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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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hould not be afraid of their goverments, goverments should be afraid of their people. 국민이 그들의 정부를 두려워해서는 안돼, 정부가 그들의 국민을 두려워 해야지. 영화 '브이 포 벤테타(V for Vendetta)' 중 브이의 대사 외부 블로그 링크 약간의 배려는 해주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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