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를 논하지 않는 학문. si

대세에서 파생된 논의이기는 합니다만...


많은 학문에서 '왜?' 라는 질문이 중요하고, 해당 학문 분야가 추구하는 바는 아니더라도 연구자나 실무자는 항상 '왜?' 를 달고 다녀야 하는 학문도 많죠.

인문학이나 자연과학이 '왜?' 를 추구하는 학문이면, 공학이나 의학같은 학문은 '왜?'를 추구하진 않지만 실무자는 '왜?'를 신경써야 하죠.

하지만 수학은 '왜?'를 신경쓰지 않죠. 수학이 탐구하는 대상은 수라는 사고체계이고, 모든 것은 인간의 임의적으로 만든 정의와 개념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수학은 모르는 것을 탐구하는게 아니라 아는 것과 아는 것을 합쳐 새로운 것을 알게 합니다.

최초에는 1과 덧셈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덧셈의 역연산은 빼기죠. 그런데 작은 수에서 큰 수를 빼 보니 이상한 숫자가 나옵니다. 그게 음수죠. 인류는 음수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더하기를 하다 보니 같은 수를 반복해서 더하는 특별한 덧셈을 곱셈이라는 연산으로 정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곱셈의 역연산을 나눗셈이라고 하기로 합니다. 인류는 곱하기와 나누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누기를 하다 보니 이상한 숫자가 나옵니다. 이걸 무리수라고 하기로 합니다. 인류는 무리수를 알게 됩니다.

같은 숫자를 반복해서 곱하는 특별한 곱셈을 제곱이라고 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역연산으로 구한 값을 제곱근이라고 정합니다. 인류는 제곱을 할 줄 알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수학이 발전했고, 수학의 발달은 인류가 사고할 수 있는 방법과 범위를 확장시켜 갑니다. 지금도 새로운 개념이나 수학적 정의가 나타나 인류의 사고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을 겁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화과학이 인간과 사물, 현상에 대한 이해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과 다른 점이죠.

뭐, 아무튼 수학이라는 학문은 굉장히 독특한 학문이죠.


추신1:그런데 수학이 발달해도 우리의 사고의 범위가 확장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추신2:수학이 이공계만 쓰는게 아니니 인문사회 밸리에도 낄 틈이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으로 쓰니 길게 쓰기 힘듭니다.

덧글

  • 여신같은 황제펭귄 2014/09/29 20:06 #

    학창시절 숱하게 듣던 소리네요. ㅋㅋ그땐 솔직히 와닿지 않았는데(고등학교 수학은 어떻게 풀지? 이 문제는 무슨 공식을 써야 하지?가 당면과제니까요) 대학와서 공학수학 듣다보니 이해가 되더라구요. 모든 이론은 본인의 사고에 '여유'가 있고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 2014/09/29 22:53 # 삭제

    의학도 왜를 추구합니다. 왜가 없이 그냥 하면 돌팔이 -ㅅ-;;; 입니다. 임상은 시궁창이라고 해도 왜??를 추구하는 건 맞습니다. ㅎㅎ
  • J H Lee 2014/09/30 08:02 #

    이유를 찾는 것이 의학의 목적은 아니죠. 단지 이유를 알면 보다 확실하고 정확한 치료가 가능할 뿐이죠.

    그래서 병의 인과와 약의 기작을 규명하려는 시도도 하지만, 이론적 기반이 없어도 통계적 근거만 있으면 된다는 식의 접근도 있죠.

    돌팔이나 사이비는 통계적 근거조차 없는 치료법을 제시하는거죠.
  • 행일 2014/09/30 09:01 #

    의학과 단순한 의술을 혼동한 것은 아닌지.
    통계적 접근도 과학적 연역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에서 확률적인 개념을 적용하여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파악하려는 것이지,
    인과나 상관관계를 전혀 무시하는 방법은 아닌데요. 통계적 접근을 사용하더라도 대조군을 두는 것만 생각해도.

    이론적 기반 없이 통계적 근거로만 때려박는게 쉽게 생각하면 한의학인데, 이 때문에 한의학이 정말 제대로 된 학문인가 하는 논쟁이 항상 뒤따르는 거구요.
  • baicalin 2014/09/29 23:26 #

    선험에서 확장해가는 것이 학문이고 수학은 선험적이죠
  • 퍼렁머리 2014/09/30 01:18 #

    말장난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과학도 그닥 '왜(당위성)'를 다루지는 않죠.
    '어떻게' 에 좀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왜(당위)' 를 다루는건 인문학이지 과학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 J H Lee 2014/09/30 07:54 #

    어떻게를 따지는건 공학이죠. 과학적 사실의 발견이라는건 현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규명하는 것의 반복이죠. 그리고 과학이 발견한 것을 어떻게 쓸 지 고민하는게 공학자들이죠.
  • 행일 2014/09/30 09:11 #

    여기서 퍼렁머리 님이 말씀하시는 '왜'는 당위로, 인과에 관한 '왜'가 아닙니다.
    거칠게 나누자면 목적론적 접근-왜 그래야만 하는가-와 기계론적 접근-어째서(어떻게) 그런 작동을 하는가-의 차이인데,
    과학사 배우면 과학이 폭발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기존의 목적론적인 '왜'에 대한 탐구는 접어두고 기계론적 접근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배웁니다.
    보통 포물선의 예를 들고는 하는데, 공이 왜 떨어지는지는 관심없고 공이 어떻게 떨어지는지 관찰하여 포물선 형태를 발견한 갈릴레오가 있지요. 그 어떻게에 대한 관찰과 탐구가 중력법칙이라는 탐구까지 이르게 되고.
  • 푸른별출장자 2014/09/30 01:28 #

    공학도 왜? 를 많이 다집니다.
    왜? 가 없고 어떻게 만 있으면 그것은 기술자나 과학자의 영역이 아니라 기능사의 영역일 뿐입니다.
  • RomanticPanic 2014/09/30 03:05 #

    윗분들 말씀처럼 모든 영역에서 왜? 를 따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저 기능사의 영역인 것 같네요. 수학자들도 왜?를 따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증명들이 나온것이구요.
    그리고 수학이 발달해도 사고의 범위는요.... 글쎄요... 사람들로 말하자면 한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거고 사람들이 모두 똑같지 않아서 그런게 아닐까요? 그리고 이런 사고의 논의도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하지않거나 그저 모른체로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쩌면 이런 논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사고의 폭 자체가 아직 제대로 형성이 안되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이걸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면 수많은 가정과 논의가 있겠네요. 경험부터 지식, 실천 등등...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게 혹자에겐 또 탁상공론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구요. 재대로 논의를 한다면 재밌어질 것 같습니다.
  • J H Lee 2014/09/30 07:49 #

    증명이란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한 과정이이죠.

    1+1=2를 증명한다고 할 때 이 증명이 1+2, 2+3 같은 계산들로 확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겁니다.

    또한 여기서 얻어진 새로운 개념이나 수식은 사고를 빠르게 처리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죠.
  • 행일 2014/09/30 09:14 #

    증명이 어떻게 보면 연역적 논증이랑 같은 건데,
    보통 연역적인 탐구도 지식을 탐구-의문을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인정합니다...
    1+1=2 증명하는 것도 '정말로 1+1=2인가?' '어째서 1+1=2인가?' '1+1=3이면 안 되는가?'라는 의문을 쌓여온 체계로 알아내는 것이구요.
  • 레이오트 2014/09/30 07:31 #

    학문 중에 왜? 를 따지지 않는 것이 존재할까요? 만일 존재한다면 그 분야의 모든 것을 알게되었다는 소리인데 그런 분야가 존재할리가...
  • J H Lee 2014/09/30 08:12 #

    수학이 그렇습니다. 수학이 다루는 것들은 인간의 관념이 만들어낸 것들입니다. 인간이 떠올리거나 사고하지 못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고, 인간이 다루는 수학의 범위가 수학의 전부죠.
  • 레이오트 2014/09/30 08:50 #

    아니 인간이 인식하나 증명하지 못한 것을 증명하는 것이 왜? 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러한 의문을 증명해 냄으로서 다른 가설들의 자료가 되고 그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실을 증명해 내는 것인데 말이에요. 님은 지극히 수학을 협소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 합니다.
  • 행일 2014/09/30 09:18 #

    <수학이 다루는 것들은 인간의 관념이 만들어낸 것들입니다.>
    -> 이 문장 하나에 동의하기 위해서도 되게 엄청난 싸움들이 많은데, 너무 단정하시는 것 아닌지.
  • 2014/10/01 16:29 #

    주인장님께// 제가 잘 알지 못하지만, 수학이 상대적으로 '왜'에 대한 비중이 낮다는 말씀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여기 덧글들에서 나오는 쟁론들의 원인은 그 정도를 넘어 ['왜'를 논하지 않는다]는 단정적인 표현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혀, 또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표현이 되어 버리니까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역시 '수학의 체계가 어떻게 불완전한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떤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모든 명제가 공리계로부터 증명 가능한 완전한 수학체계 확립이 불가능한 이유(why)]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힐베르트가 말했던 이상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불가능하다면 어째서 불가능한가? 라는 의문에 대한 대답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불완전성 정리 내에서는 수식으로 쓰인 논문답게 '왜'를 논하지 않았지만, 그 의도와 의미, 배경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왜'에 대한 고려의 결과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헛소리였다면 죄송합니다. 사실 저는 수학을 잘 모르는 한낱 인문충입니다.)

    비록 '이유'가 논증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지라도, 많은 수학적 업적들이 의문에 대한 답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꼭 분리할 수는 없지 않나, 하는 말씀을 남기고 갑니다.

    P.S. 그런 점에서, 각자가 머리 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같더라도, 표현에 있어서 일치하지 않기에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둘 중 누군가의 생각이 틀렸다고 하기보다는 둘 중 한쪽의 표현이 잘못된 쪽은 아닐까, 하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표현을 통해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올바른가의 논의로 이어져야 할 텐데, 그 경우에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논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에 문제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 행일 2014/09/30 09:17 #

    공학도 '(인과적 의미의) 왜?'는 매우 중요합니다.
    공학의 두 가지 요소가 디자인과 구현입니다.
    구현은 말씀하신 '어떻게'의 영역에 속하겠지만, 디자인은 '왜 그 디자인을 채택해야 하는가?'라는 중요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서 공학자들이 '왜'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하는 건 전혀 사실과 다른 말이네요.
    윗분들이 말씀하셨듯 단지 '어떻게'만을 추구하는 건 기능사나 테크니션에 가깝죠.
  • 파인만 2014/10/01 01:55 # 삭제

  • Zero 2014/10/16 02:22 #

    수학을 전공하는 전공자입장에서, 수학에서도 '왜' 라는건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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